새벽에 성당으로 가기위해 대문을 나섰다. 새벽 6시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고 어두운 길목을 나서노라면 자신의 위치를 반성해보기도 하고, 주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하기도 한다.
문득 어제 일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일이 아니라 친우들과 종교토론에서 예수님에 관한 개신교와 천주교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것이다. 난 거기에 대해서 그들의 반종교적인 질문에 당황했었고 한편으로는 슬프고 애처로운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그들을 인도해보겠다는 나의 갸륵하면서도 어리석기조차한 심정은 아무 소용이 없고 그냥 체념에 빠져버렸다. 어제 일은 나의 패배로 끝났다고 생각됐다. 그들의 주장은 예수님이 계신다면 왜 종교가 분리되어 싸우고 전쟁과 기아가 일어나며 세상은 왜 자꾸 험악하고 각박해져가며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핍박과 고통을 겪어야만할까? 그들의 의견은 진지하고 흥미로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무지에 안타까워 『예수님이 우리들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못된 자유까지도 허락하시는 거다. 예수님은 우리들의 회개와 선한 행동들을 살피시려고 아직도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는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꿈 같은 얘기 같다며 나의 말투에 놀리기까지 했다.
지금 별이 총총한 어두운 골목을 나설 때 나의 신앙은 나약한 반딧불처럼 여겨졌다.
간디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그리스도와 성경을 존경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싫어한다』는 말. 그렇다. 우리에게 있어선 율법과 형식에 치우친 행동과 사고보다는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담긴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시오』라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종교를 비방하고 관심조차없는 사람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부터 이웃을 도우며, 나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조금이라도 가난한 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힘이 되어준다면 그리스도의 뜻에 조금이라도 채워지리라.
『가서 복음을 전하시오 천주께 감사합니다』미사는 엄숙하고 차분하게 끝을 맺었다. 이제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나는 조용히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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