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직장에 청소부로 일하고 계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신다.
나의 권면으로 성당에 나가게 되었으나 배우지 못하고 나이탓으로 주의기도를 암송하는데 2개월이나 걸렸다.
그것도 아줌마가 열심이어서 아침 저녁으로 외우고 일하면서도 멋대로 노래가락을 붙여 노래도 하고 내가 가끔 시험(?)도 치고하여 맺은 결실이었다.
나와 만날 때마다 교리가 너무 어려워 들어도 모르겠다고 한탄하시기에 점심시간에 개인교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열심히 설명했으나 그때 뿐이었다. 교리반에 나갔어도 질문시간에『신부님 나는 아무리 들어도 망치(멍청이)같아서 모르겠는데 영세를 주십니까?』하여 주위 아가씨들을 웃기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에 가보니 맹장염이라한다. 돈이 없어 한약으로 주저앉게 한다고 하시기에 병원으로 가자고해도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러다가 몹시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서둘러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맹장염이 터져 복막염이 되었다.
1시간이 넘게 지나 수술이 끝났다. 이튿날 아줌마는 나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주님께 감사드려요』그러나 아줌마는 주님의 사랑인줄 아직은 잘 깨닫지 못하겠다고 했다.
직장에 돌아와 청소부 아줌마 돕기 모금운동을 3일간 계속하여 33만 원이 모였고 나의 본당인 완월과 아줌마의 본당인 회원에서도 성금을 보내와 42만 원이 아줌마께 전달됐다. 80만 원 가량의 수술비도 직장 간부의 주선과 병원측의 봉사로 완전 무료의 혜택을 보았다.
12월 23일 성당 창문의 오색찬란한 빛깔이 십자고상 위에 반사되어 신비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회원본당에서 아줌마는 세례를 받았다. 지난 30년동안 술과 노름으로 고통을 준 아저씨, 성당에 갈 때마다 빈정대던 아저씨도 오래간만에 한복차림을 하고 웃는 모습은 그지없이 선량하게 보였다.
흰 한복차림으로 제일먼저 나아가 신부님이 발라주시는 성유를 바르고 제자리에 돌아온 아줌마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도 덩달아 가슴이 뭉클해져무엇인가 목에서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아줌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영성체할 때 주님께 강한 믿음을 주십사고 청하세요』
방금 태어난 아줌마는 나의 대녀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53세의 할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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