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이 확정된 것을 한국교회는 물론 국민 전체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시복을 청원한지 5년이 되지 않아 이례적으로 빠른 기간 안에 시복이 결정된 것은 그만큼 순교자들의 피 위에 쌓아올린 한국교회의 역사와 신앙 선조들의 현양을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보편교회는 신앙의 새로운 여정을 촉구하며, 새로운 복음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보편교회의 노력에 함께하면서, 1990년대 이래로 신앙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하면서, 신앙의 쇄신을 위한 나름의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서 성사된 시복 결정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순교 신심은 한국교회의 영성적 전통과 사목적 노력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전통이자 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시복 결정에 즈음해 순교자들의 현양에 과연 얼마나 힘을 기울여왔는지, 그리고 모든 신자들의 삶에서 순교의 정신과 영성이 얼마나 체화됐는지를 반성하고, 미래 사목의 모색에 있어서 참된 순교 영성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고 투철하게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3위 순교 성인의 영광을 품고 있는 한국교회는 이제 새로이 124위의 복자 탄생을 보게 될 것이며, 이분들의 시성을 위한 노력을 다시금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복자와 성인들의 탄생이 진정으로 은총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들의 삶 자체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복 시성을 통해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고 현양하는 참된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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