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을 조금 지어 팔아 생활비로 쓰고 있는데 올해는 콩 농사를 망쳤습니다.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는데, 올해 제가 느낀 점들을 2주 동안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모든 것은 끝까지 가 보아야 알 수 있다’ 입니다.
산에 사는 탓에 동물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있는데 콩도 그 중 하나입니다. 고라니가 콩잎을 좋아해 울타리를 쳐놓았는데 몇 년은 괜찮더니 올해엔 울타리를 넘어와 떡잎까지 먹어버렸습니다. 콩대만 앙상하게 남은 콩들이 간신히 여러 차례 잎을 내었지만 번번이 먹혀버리더군요. 다행히 한 밭은 경사가 있어 피해가 적었습니다.
한 밭이라도 괜찮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수확 땐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구마 잎이 무성해져서 고라니의 식탁이 바뀐 틈을 타서 부지런히 싹을 내고 꽃을 피우던 콩들이 종자를 남기고도 아주 조금이지만 팔 수 있을 정도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수확량을 기대했던 밭에선 수확이 전혀 없었습니다. 올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개미허리노린재가 익어가고 있는 콩들을 습격해 죽정이만 남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 앞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가 꼴지 되고, 꼴지가 첫째 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삶에서 불행이 다가올 때 우린 얼마나 쉽게 절망하는지요. 결론이 어떨지 모르는데도 자신 앞에 펼쳐진 상황이 전부이고 더 이상의 미래는 없는 것처럼 여깁니다.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삶의 어떤 순간에서도 쉽게 절망하기보다 앞을 보고 힘내어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하느님께서 불어넣어주신 ‘생명’에는 좌절이란 단어는 없기 때문입니다. 콩이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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