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래도 순진한 시각이 있었다. 생명의 존엄성을 감히 부인하진 못했다. 같이 잘 지키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논의도 공감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인간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탐욕과 이기심에 덮여있다. 인간생명과 관련한 입안을 하고 개정을 하는데, 정작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이 법 내용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당론이 정해지면 그걸 따를 뿐이라고 했다. 나 같은 사람 만나서 악수하는 게 국회의원 재선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사진만 찍어댄다. 자연히 생명윤리법은 개악에 개악을 거듭하고….”
취재수첩에 묻어둘 수만은 없는 한 고위성직자의 토로였다. 하지만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취재기자들이 그리 많진 않았다.
우리 사회 여러 갈등들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생명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핵발전, 송전탑 설치, 저출산, 노예근로자 등등 모두 인간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문제들이다. 최근 정부가 앞장서 제안한 ‘연명의료 결정법’ 또한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의 생명 존엄성을 지켜주는 못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시 발생할 수 있는 관련자 및 의료진들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교회는 국회에서 특별 심포지엄까지 열고 법안의 문제점을 입법자들과 국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입법자들은 이 자리에서조차 여전히 ‘인사말’만 내뱉고 사진 몇 컷을 찍은 후 잽싸게 사라졌다. 게다가 각 분야 전문가라는 이들은 이날 특별 심포지엄에 대해 교회의 ‘집안 잔치’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습, 국회에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교회 안, 신자들이 생활하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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