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를 지으며 깨닫게 된 것, 두 번째는 ‘좋고 나쁨은 항상 반반씩’ 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대체로 기쁨보다는 슬픔, 힘듦을 더 많이 느끼고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명확히 따져보면 힘든 가운데도 즐거움이 있었고, 슬픔 가운데 따뜻함을 알게 된 경우가 많은데도 말입니다.
저는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고 몇 가지 작물들을 조금 더 심어, 판매 수익으로 생활합니다. 작물의 가짓수는 50가지 정도입니다. 해마다 날씨에 따라 잘되는 것도 있고, 거의 수확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한두 해 농사지을 때는 알지 못하다가 몇 해 지나다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 해 농작물 수확량이 풍년과 흉년, 딱 반반씩이라는 사실입니다. 올해도 콩은 수확량이 적었지만 수수는 잘 됐습니다. 덕분에 적은 양의 콩을 수수와 섞어 혼합 곡을 만들어 팔 수 있었습니다. 또 모든 농산물들이 흉작일 때는 효소나 차 종류가 평년보다 많이 나가서 생활비를 벌 수 있었습니다. 풍년일 때에도, 흉년일 때에도 늘 비슷한 수준의 생활비를 벌 수 있었습니다.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시골에 들어온 저의 생활관 때문인지 하느님께서는 늘 딱 그만큼만 채워주십니다. 저 역시도 그만큼이 좋습니다. 무엇이든 쌓여 있으면 정체되고 이런저런 욕심이 생기게 되니까요. 이런 돌보심 덕분에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무엇이 잘 되지 않더라도 걱정하는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더 많지도, 적지도 않는 알맞은 기쁨과 어려움이 제게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시골에 오기 전에는 제 삶에 부족한 것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도 할 때에도 ‘해 주세요’ 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기도할 때 ‘감사 합니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합니다. 부족함을 채워주시고 알맞게 맞춰주시는 그분의 손길을 보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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