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나 지나친 상업성 또는 스포츠 정신을 잃은 과도한 경쟁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지만, 어찌 됐든 국가간 대항전인 이들 국제 운동 경기는 무기력하고 별로 재미없는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와 때로는 뜨거운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해주는 삶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뚜렷하게 정해진 목표를 향해서 4년간 모든 것을 다 던지는 참가선수들의 면면과 이야기들은 사실 하나하나가 모두 ‘인간극장’이다.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뜨거운 열정과 투철한 헌신을 통해서 피 흘리듯 땀을 뿌려 한 순간의 화이팅을 위해 뛰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조금 특별한 금메달의 탄생을 봤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따낸 안현수 선수의 사례이다. 한국인 선수지만 러시아 국적으로 시상대에 오른 그에게 많은 국민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면서도 묘한 아쉬움을 느꼈다.
물론 사정은 복잡한 듯하다. 어떻게 책임을 물어도 전적으로 공정한 대답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정을 고려한다고 해도, 결코 관계 기관과 정부 관련부서에 상당한 정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저 귀한 금메달을 러시아에 보내주어야 했던 것 같은 모양새를 안타깝게 느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투해서 큰 성과를 거둔 그를 응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 아쉬움을 빌어 “있을 때 좀 잘해주지”하며 투덜거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똑같은 제목의 드라마, 대중가요, 책까지 있듯이, 인간사에서 빚어지는 한 치 앞을 못 보는 어리석음을 일러주는 삶의 지혜이다. 요즘에 이혼이 워낙 많아져서 “있을 때 잘할껄…” 하는 후회도 별반 하지 않는 듯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갈라 설 때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곁에 있을 때 귀한 줄 알고 잘해주면 그렇게 쉽게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말이 가장 먹먹한 경우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때이다. 가까스로 철이 좀 들어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에는 이미 세상을 떠나시고, 있을 때 잘 하지 못한 죄스러움에 가슴을 치지만 이미 때는 늦다.
성경도 똑같은 상황을 전해준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것을 준비하는 와중에 베드로는 그 분을 부인하고 배신해 천추의 한을 남긴다. 있을 때 잘 좀 하지.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신자들이 교회를 떠난다. 젊은이들이 성당을 떠나간다. 성소는 줄고, 신자들의 일상 삶에서 더 이상 종교가 신앙이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는 듯해 보인다. 주일에도 성당이 텅텅 비어가는 서구교회의 모습이 한국교회의 그것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한국교회는 축복받은 교회이다. 여전히 신앙의 활력이 높고, 성직과 수도성소 역시 서구교회들에 비해서는 많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봉사하고 기도하는 평신도들이 여전히 교회를 지탱해주고 있다.
신자들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지금 넘쳐난다고 언제까지 그럴 줄 알아서는 안된다. 남아있는 신자들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이제부터 잘해야지 할 때쯤 이미 성당이 비어있는, 그런 비극적인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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