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세월이 유수같다고도 하고
다른 이는 세월이 화살같다고도 하지만
나는 세월이 산등성이 타고 넘는 흰 구름같더이다
겨울 아침 나절 따스한 햇볕 받으며 성당 뒤안 길 걷던 추기경님
그 모습 안보인 세월 벌써 다섯해
낙엽 지고 눈 날릴 때면 쓸쓸해 뵈던 등줄기였지만
노점상 아줌마 거친 손엔 군밤처럼 뜨거웠고
영아원 파리한 고사리 손엔 솜털처럼 부드러웠죠
가는 이 잡을 수 없고
오는 이 막을 수 없듯 세월도 그같아
아직도 여기 저기 그 모습 남아 있어
나오다 되돌아 서서 보고 또 보고 온답니다
그리운 세월 그리워한들 다시 못 올 줄 알면서도
행여나 밤하늘 올려다보는 이 심정 아실런지
삭풍 사라지고 훈풍 불어올 때 동산에 올라 여기 좀 보시면
잊다 못잊은 젖은 마음 달랠 수도 있으련만
그러면 얼굴엔 눈물어린 미소 가득하련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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