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생활 2년차인 나에게 남한에서의 모든 일들이 다 새롭지만 매 주일 성당을 찾아가 지난 한 주를 되새기며 앉아 있노라면 북한에서 몇 십 년을 되풀이 하면서 해 오던 생활총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려서부터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소학교 1학년부터 죽을 때까지 의무적으로 전 국민이 생활총화에 참가해야하는 것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 땅 전체가 보이지 않는 하나의 큰 교회인 셈이다.
미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기반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결함을 반드시 지적해 동지 간에 호상비판(서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의 북한말)을 해야 한다는 점과 생활총화 때마다 매 사람에게 분공을 주는데, 그것은 무엇을 내라고 한다거나 만들어오라는 식으로 늘 개인에게 부담을 준다.
여기서 더 웃기는 것은 나라가 곤란하고 백성이 못사는 것이 다 미국이나 남조선 괴뢰들 때문이라면서 이들과 이기고 승리하려면 북한이 잘 살아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돈도 내고 물자도 내라는 식으로 선동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내라는 돈이나 물자를 잘 안내면 사상이 나쁘고 조직생활태도가 나쁘다면서 죄질이 나쁜 사람으로 매도해 버린다. 그러니 사상적으로 나쁜 사람이 안 되려면 집에서 밥을 한 끼 굶더라도 내라는 것을 낼 수밖에 없다.
생활총화를 통해 나라 살림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조직생활에 충실해야 하고 그래야 조직생활의 최고단계인 당원도 될 수 있는 것이 생활총화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경제 조건이 괜찮은 사람들은 애국자가 되고 살림이 한심한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생활총화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자로 하여 진행해야 하는데 그 것 또한 성경이 가르쳐주는 10계명과 꼭 닮아있다. 마치 우리들이 성당에서 자기반성을 할 때 10계명을 다시 되 새기고 그것을 자로 하여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매 구절에서 김일성의 이름만 뺀다면 북한의 10대원칙이라는 것이 성경에서의 10계명이다. 그러니 북한주민들은 성당이라는 말도 모르면서 주일마다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있는 하느님을 위해 기도하고 맹세를 하는 셈이다. 물론 1대, 2대 신들은 죽었지만 죽어서도 그들은 영원히 신이다.
생활총화 장소에는 반드시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어야하고 옷차림도 단정한 차림이 아니면 불참시킨다. 마치 십자가에 매달리신 하느님의 상이 모셔진 성당에 앉을 때처럼 성스러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에 얽매여 일주일에 한 번씩 생활총화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의 머리는 김일성 일가의 존재가 있어 자신들이 있고 그들이 있기에 나라가 유지된다는 그릇된 사고로 쇠뇌 되어간다.
북한이 오늘 같은 인권의 불모지에서도 정권의 실체를 유지하고 지탱해 나가고 있는 데는 바로 이런 생활총화라는 특이하고 집요한 사상주입 방식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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