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한 번씩 올 때마다 얼었던 땅이 점점 녹아갑니다. 자연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오는 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흙을 갑니다. 그래서 봄 흙이 가장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봄이 되면 농부들은 자연 경운이 된 흙에 퇴비를 더하고 흙과 골고루 섞으며 이랑을 만듭니다.
저는 농사지을 때 가능한 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저의 봄은 무척이나 고된 노동입니다. 수레로 퇴비를 나르고, 삽으로 흙과 섞어 괭이로 이랑을 고릅니다.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두 달 정도를 꼬박 힘들게 일해야 밭 준비가 끝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미련한 짓입니다. 시간과 노력에 비한다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불편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불편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시골로 들어올 것을 결심하며 했던 저와의 약속입니다. 파괴돼 가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살려가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저의 소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구의 석유에너지는 앞으로 50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럼 그 후엔 어떻게 될까요?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이런 질문에 답 할 생각이 없습니다. 편리함이 당연한 것이 돼버려서 ‘이것이 없어진다면?’ 이란 의문은 가져본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삽니다. 더구나 불편함을 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살 수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편리함’과 바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의 선행은 내가 할 수 있는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강도를 당해 피 흘리고 누워있는 사람이 현대에서는 ‘지구’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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