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남짓 지났습니다.
올 겨울엔 잘 내리지도 않던 눈발이 흩날이는 날이었지요. 영문도 모르는 아빠를 모시고 우리 남매가 간 곳은 요양원이었어요. 모두 가슴속에 납덩이, 돌덩이를 삼킨 듯 무겁고, 두렵고, 지울 수 없는 죄의식까지 머리에 이고 그렇게 갔더랍니다.
찔끔찔끔 눈물도 났어요.
아빠가 인지증을 앓으신 지 4년이 넘어가면서, 연세 높으신 엄마도 표정으로, 몸으로 지치고 병나시는 게 점점 더 겁이 나고 속상해서 결단을 내렸지요. 무엇보다 아빠의 수발을 도맡아 하셨던 엄마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요양원에 모시는 걸 동의하셨거든요.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온전히 도와 드리지 못하고 그 한계를 느껴 가면서 저희도 걱정과 무력감에 힘이 들었어요. 용서하세요.
언제부터인가 아이들보다는 노인분들이 많아지시면서 인지증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도 점점 늘어가는 걸 실감합니다. 고치고,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중압감과 노력의 한계가 드러나 버리는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환자만 모르고 모든 가족과 이웃이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잘 모셔왔는데 문득 어느 순간에 “내가 이러다 패륜아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말을 했던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 못됐다고 할 수 없었지요. 정말 못 된 나는 그 말에 공감이 갔었거든요.
어느덧 중년이 된 이 큰 딸을, 자주 뵈어도 한참 만에 왔다며 반가워하시고, 여전히 아빠, 아빠하던 어린 딸로 기억하시는 듯해서 철없이 아직도 당신을 아빠라고 부릅니다.
아빠, 죄송해요.
이 병을 앓으시기 전에 엄마랑 열심히 매일 미사 다니시며, 미사 후에 성당 로비에서 자판기 커피가 제일 맛있다며 앉아 계셨던 모습, 많이들 기억하며 안타까워한답니다.
글로써 다 적지 못할 힘겨운 시간을 겪으셨던 엄마는 이제 조금씩 몸과 마음을 추슬러가고 계십니다.
주님을 부르는 일조차 잊으신 아빠. 요양원에서 잘 지내시니, 저희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이런 이기심도 용서하시길…·.
아빠가 잊어버리신 주님께 하루도 잊지 않고 기도합니다. 아빠 많이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주님, 죄송하지만 여러 가지로 아빠를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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