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화가 발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갈수록 오히려 갈등과 분쟁이 늘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신앙인의 기준으로 본다면 신앙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당장 지난 한 해만 보아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와 함께 향락적이고 물질적인 문화가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다. 양극화는 심화되어 사람들은 일치와 화해를 추구하기보다 분열과 대결의 유혹에 쉽게 빠지곤 한다. 하물며 예수님을 섬긴다는 교회끼리도 사안별로 대립을 자처해 우리 신앙인들을 힘들고 아프게 한다.
그럴수록 신앙의 힘은 더욱 절실해져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신앙은 “일생에 세 번 성당에 간다”는 농담이 만연한 유럽 국가의 신앙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성당 안의 빈자리는 점점 많아져가고 교회를 떠나는 평신도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있다. 바로크 시대만 해도 유럽은 대부분이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신자였으나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유럽의 천주교회는 지성인들과 예술인들을 잃어갔다. 우리나라도 성숙한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잃고, 제자리 걸음을 한 측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오랫동안 본당에서 봉사를 하는 사목위원들 조차도 타성에 젖어 새로운 면을 볼 수 없다. 매일 매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삶, 완고한 자존심 보다는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 그것이 아쉬운 때이다.
때마침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께서 교회 안에서 쇄신과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은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다. 세계교회는 ‘신앙의 해’를 만나 새롭게 경험하고, 또 ‘신앙의 해’를 떠나보내는 과정 속에서 신앙에 대해서 성찰해 볼 기회를 가졌다.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신앙의 해가 주는 의미를 통해 교회가 성숙해지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받았다. 현대 종교가 그렇게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님께서도 이것이 바로 유럽 국가의 신앙을 닮아 가는 것을 늦추는 평신도의 자세라고 보셨던 것이 아닐까.
이제 신앙의 해는 끝이 났다. 그러나 그 정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신앙의 해’는 우리가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기초신앙을 잘하는 것은 신앙생활의 근본과 바탕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미 그 자체가 하느님 나라로 가기 위한 좋은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사순절이 다. 이 기간을 기도와 묵상, 자성과 희생 그리고 봉사와 함께하면서 이로 인해 신앙을 다시 돌아보고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는 것이 오늘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신앙의 해’를 보내며, 그 이후 평신도 신앙생활의 자세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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