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사무실 전화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예비후보 안내 및 여론조사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온다. 출근길에는 커다란 팻말을 들고 교차로에 서서 인사하는 예비후보자들과 그들의 얼굴이 인쇄된 대형 현수막들을 보고, 행사장 앞에서는 안내문과 함께 후보들이 건네는 명함을 받는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을 더 알리기 위해 그들은 결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교회 내의 선거는 매우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후보자들은 자신이 지명되자 다른 분들이 더 훌륭하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심지어 자신이 될까봐 총회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 사회의 선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이는 중·고등부든, 청년이든, 어르신들이든 별반 차이가 없다. 심지어 사제들조차 종종 같은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덕분에 교회에서 장을 맡은 이들은 다른 직분들도 함께 갖고 있다. 여기에서는 회장님이던 분이 저기에서는 총무를 하고 있고, 또다른 단체에서 간부를 맡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다보니 당선 후에도 축하 인사를 받기보단 위로를 받는 경우가 더 자주 있다.
선거 전에는 유권자들을 위해 잠도 안자고 일하겠다는 후보들이 당선 후에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교회에서는 선거 전에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당선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선거에 임하기 전에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떠올린다. 추수할 것은 많지만 일꾼은 적다.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져가고, 교회에서조차 십자가를 지고자 하는 이들은 점점 줄고 있다. 성주간과 부활을 앞둔 이때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지, 주님께서는 어디로 가고 계신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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