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꼭 아들 데리고 올라갈게”
20일 오후 4시 진도 팽목항에서 희생자들의 안식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실종자들의 가족이 대기하고 있는 천막 앞을 우연히 지나면서 듣게 된 통화 내용을 강론 중에 이야기하는 사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닷새가 지났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던 최장 생존 사례인 60시간을 넘긴지도 오래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으려야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떤 말이 그들에게 위로가 될까. 오히려 어쭙잖은 위로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20일 진도실내체육관과 진도 팽목항에 방문했지만 실종자의 가족들을 생각해 그들을 만나기보다는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사고 현장 쪽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던 김 대주교는 봉사자들에게 거듭 함께 해줄 것을 당부하고 떠났다.
‘함께 한다는 것’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라 생각한 신자들이 모였다. 함께 울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서 보편교회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삼일 전례에서도, 부활대축일 미사에서도 신자들이 모인 곳에서는 언제나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함께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진도본당과 진길본당 신자들은 성삼일 전례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봉사를 했고, 각 교구 및 본당들은 행사들을 취소하거나 간소화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우리의 위로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주님의 위로가 그들에게 내려지길 간절히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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