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라디오에서 팝송을 즐겨듣던 고등학생 시절,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늙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는 애청곡 중의 하나였다.
전주 부분의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런 밝은 분위기와는 달리 가사 내용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뭔가 애절한 마음을 갖게 해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3년간의 수형 생활을 마친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출소 편지를 쓰면서 ‘아직 날 사랑한다면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만약 리본이 걸려있지 않으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사랑을 잊어버리겠다는 내용인데, 5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이 노래가 어느 정도 모티브 역할을 한 탓인지, 이후 미국에서는 인질들의 조기 석방을 기원하거나 전쟁에서 돌아오는 장병들을 환영하는 의미 등 노란리본은 사회성 짙은 상징이 됐다고 한다.
요즘 한국에는 떠올리기도 참담한 ‘세월호’ 소식에 실종자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이 물결치고 있다. SNS를 넘어 해외에 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교회 안에서도 몇몇 본당과 수도회들이 노란 리본으로 추모 메시지를 묶어 보이며 ‘함께 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국민 모두의 몸짓은 실종자 희생자 및 그 가족들과 어떤 방식으로라도 같이 연대하고 아픔에 동참하겠다는 뜻과 의지를 모으는 노력일 게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기적을 모으자’는 전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뭉클함과 함께, 노란 리본에 담긴 절절한 심정들이 한 노래 속 가사처럼 그저 한 때의 추억 소재로 그쳐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총체적인 인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이번 참사 역시 결국 ‘인간’은 뒷전인 채 ‘물질’이 앞자리에 선 ‘탐욕’이 그 이면에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 돈을 아끼려고 수명이 다 된 선박을 구입했고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해 무리한 증축을 했으며, 더 많은 돈을 위해 안전 규정은 무시한 채 과적운항을 했다.
19년 전 부실공사와 다수의 생명을 물욕과 맞바꾼 몰염치한 상혼, 그로인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의 모습과 흡사함이 느껴진다. 20년 전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 역시 ‘뇌물’ ‘불법’ ‘부정’이 용인됐기에 벌어진 사태였다.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에도 매스컴을 비롯한 전 한국 사회는 안전 불감증 문제를 개탄했고 사회 전반의 도덕적 의식 개혁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시쳇말로 한국인의 ‘냄비 기질’ 을 탓해야 할까. 신앙인들이 되새겨 봐야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며칠 전 만났던 한 윤리신학자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세속주의가 극심한 잘못된 시대적 가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에서 교회도 반성할 부분이 크다”고 했다. “부끄럽다”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무책임의 극치로 빚어진 ‘세월호’ 같은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로 인한 노란리본도 더이상 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국민들이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특히 신앙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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