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들 말한다. 성장과 발전만을 외치며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다 ‘생명’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인류의 보편적 종교라면 그 어떤 종교나 한 목소리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생명을 돌보는데 최우선적으로 나선다.
대한민국 종교 인구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국민 상당수는 시급한 사회 현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종교는 그 문제 해결에 있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자살 예방, 낙태 근절 등 생명을 수호하는 면에서는 국회의원 60~80% 이상이 종교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 면면을 돌아보면, 종교인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더 적극적으로 해왔는가에 대한 질문이 새삼 터져 나온다.
생명 경시 풍조의 원인을 거슬러 되짚어보면 결국 개개인의 이기심들이 자리한다. 그 자리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인간이 추구해야할 보편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바로 종교인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종교인들은 특정 사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에도, 지도자층이 메시지를 내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만 뒤따르는 경향이 짙다. 게다가 사회·종교학자들은 천주교 신자들의 경우 익명성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평가한다.
이 시대 종교인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생명 존중 의식’을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주는 것이다. ‘생명 존중’은 진부한 주제라고 밀쳐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듣고, 각자의 삶터에서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울 수 있도록 생명의 소중함을 외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수많은 피해자들도 바로 이러한 개개인의 양심과 배려에 기대어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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