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행사 때,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에게 “어린이 여러분, 먹는 게 소중합니까? 입는 게 소중합니까?” 물었더니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학생이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먹는 것은 냉장고 문만 열면 얼마든지 있어요. 그러니 입는 게 더 소중해요.” 아이들조차 제 목숨을 살려주는 식량보다, 옷이 더 소중하다고 하니 어찌 이 나라 앞날이 밝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자녀들한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부모가 좋으냐? 돈이 좋으냐? 먹는 게 소중하냐? 입는 게 소중하냐?” 그리고 자신한테도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무엇을 쫓아서 살아왔는지, 결국 돈을 쫓아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혼인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날이 갈수록 어머니의 품인 농촌이 무너지고 환경이 오염되는 까닭은 아이고 어른이고 진리를 쫓아 살지 않고 편리함과 돈을 쫓아서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불편하고 돈이 안 되는 것은 다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하늘, 공기, 바람, 해, 달, 바다, 구름, 비, 안개, 흙, 나무, 풀, 꽃, 지렁이, 벌, 나비….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없어지면 우리(사람)는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재산을 늘리고 권력과 명예를 얻었다 해도 불안한 까닭은 사람이 흙을 떠나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하느님이 만드신 흙(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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