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을 석달 앞둔 한국교회가 무척 분주하다. 방한이 발표된 것은 지난 3월 10일, 주교회의 의장을 위원장으로 방한준비위원회가 첫 회의를 가진 것이 14일이니, 준비를 시작한지 두 달, 남은 기간이 석달 뿐이다. 지난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당시 교황 방한까지 4년이라는 여유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마음이 바쁘다. 그 탓인지 교황 방한이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고 영성과 신심운동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 한국교회와 사회가 변화와 쇄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을 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조금은 혼란스럽긴 하다.
구체적으로 보자. 방한 준비와 관련한 물음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교황이 왜 한국을 콕 집어서 오시는지의 이유이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다른 하나이다. 방한 일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시복시성식은 대개 바티칸에서 이뤄진다. 굳이 시복식을 위해서 방한할 이유는 없다. 대륙별 청년대회에 참석한 적은 없으니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차 방문하는 것도 보편타당(?)하지 않다. 교황의 지역교회 방문은 근본적으로 사목적인 성격을 띠기에,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분단국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정치적 이유 역시 방한의 유일한 명분으로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꽃동네를 방문하기 위해서 한국을 찾아온다는 것도 전적인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굳이 말한다면, 모두가 이유이긴 하다. 방한준비위원회의 실질적인 준비 과정은 방문 지역 관할 교구를 중심으로 각각 이뤄진다. 아시아청년대회 관련 준비는 대전교구, 124위 시복식과 평화와 화해 미사는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그리고 꽃동네 방문은 당연히 청주교구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래서인지, 준비 주체마다 교황 방한의 이유와 의미를 각각 자기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위에 언급된 몇 가지 이유들은 모두 훌륭한 교황 방한의 의미들이다. 각각의 의미들을 충분히 살리기 위한 영성과 신심 프로그램들을 계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의미, 이 영역들을 포괄하는 원칙을 추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이 없이는 위의 영역들을 일관성 있게, 혹은 하나의 방향성 안에 수렴해낼 수 없다.
첫째, 교황 방한은 한국교회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방한 준비가 영성과 신심운동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변화는 곧 ‘쇄신’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연상시키는 용어를 지칭한다. 여기에서 다른 두 가지 원칙이 나타난다.
두 번째, 변화의 지표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황 방한이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교회에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 안에 응축된 그의 가르침이 가리키는 방향이 바로 한국교회가 수용하고 변화, 쇄신되어야 할 방향이다. 그래서 방한 준비는 그 가르침을 연구하고 적용, 실천하려는 노력이 전제되고 그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 번째, 변화의 주체에 대한 물음이다. 즉, 변화는 신자 개개인의 신심에만 요구되지 않고, 교회의 지도층과 교회 제도와 구조에까지 요구되어야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이 교회의 심장부, 바티칸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변화의 요구를 발하는 주체는 스스로 그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신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자들에게 그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을 말하고 스스로 보여준 이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