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년의 반포 등 특별한 기회에 ‘잠벌’을 사해주는 전대사의 은총을 베푼다. 잠벌은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를 사면받아도 여전히 남는, 그 죄에 따른 벌이다. 이는 오직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보속을 통해서 사면되는데, 연옥에서 마저 해야 하는 이 보속을 면제해줌으로써 잠벌을 없애주는 전대사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특별한 은총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을 앞두고 방한준비위원회는 각 교구장 주교의 뜻을 모아서 시복 대상 순교자들과 관련된 성지와 성당 등을 순례하고 기도를 봉헌함으로써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황을 맞이하는 준비의 일환으로, 모두 78곳에 이르는 이 특별 전대사를 위한 지정 순례지를 찾아나서는 길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성지 순례의 신심 행위가 신앙 성숙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은 이미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신앙 선조들의 깊은 신앙,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던질 수 있었던 용맹함, 순교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던 사랑의 정신과 실천을 우리는 그들이 살았던, 그리고 순교했던 현장에서 함께 숨쉼으로써 더 깊이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은 한국교회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로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하고 막중한 과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망라한 한국교회의 하느님 백성들이 교황과 복음의 가르침을 따라 내적 외적으로 변화하고 쇄신하는 것이다. 특별히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의 그리시도인으로서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순교 영성을 그 변화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지순례는 석달 앞으로 다가온 교황 프란치스코를 맞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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