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부르심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응답한 이들은 한결같은 모습이다. 주님께 오롯하게 자신을 맡기고 주님의 뜻을 성실하게 이행해 나간다. 아브라함이 그랬고, 노아와 모세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 하느님의 거룩한 목소리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돈이 제일인 물질만능주의와 나만 아니면 되는 개인주의로 마음의 귀가 닫힌 것은 아닐까? 이러한 우려는 우리 삶 곳곳에서 현실로 드러난다.
배가 침몰하는 데도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사고 수습보다는 서로를 탓하기에 정신없는 공무원과 정치인들 그리고 거짓된 정보를 유포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민낯 그 자체이다. 마음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성스러운 소리는 이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넓은 범주에서 성소는 우리 삶 안에서 주님의 뜻을 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공무원들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또 선장은 배를 안전하게 운항해야 하며, 선원들은 승객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성소다. 성소를 외면하는 일은 사실 특정 사고와 관련된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하느님의 것을 등한시하거나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이 분명 하느님이시지만 그것마저 잊고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를 되짚어 보고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오늘은 성소주일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우리 마음이 ‘좋은 땅’이 되어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고 실천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이미 오염되고 찌든 마음을 좋은 땅으로 가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실천을 행하는 것이야 말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자 복음적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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