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기농의 대부로 알려진 오재길 선생님을 아시는지요? “제주가 세계가 우러러보는 평화의 섬이 되려면 제주의 농토가 한 평도 빠짐없이 유기농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선생님입니다. 1976에 정농회(正農會)를 조직해 14년 동안 회장을 맡아 이끌어 오신 오재길 선생님은 올해 아흔네 살이십니다.
‘정농회’란 말 그대로 바른 농사를 짓고 싶은 농부들의 모임입니다. 바른 농사란 농약과 화학비료 따위를 쓰지 않고,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농사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십 년 동안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쓰도록 가르쳤습니다. 농부고 노동자고 학자고 가리지 않고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해야 하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지요. 그 어두운 시절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겠다고 정농회를 만들었으니, 어찌 가난과 고통이 따르지 않았겠습니까.
오재길 농부님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젊은이들보다 뜨거워서, 몇 년 전에 나이도 잊고 유기농업을 배우기 위해 비행기를 네 번이나 갈아타고 쿠바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농사일은 몇 번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도 배울 게 많다고 말입니다. 그때가 선생님 나이 여든넷이었습니다. 편히 지내실 나이입니다. 그런데 뭍에서 삶을 정리하시고 멀리 제주도에 내려가서 정농회를 조직하여, 젊은이들과 유기농업을 실천하려고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이 시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히지 말라. / 오늘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언제쯤 세계가 우러러보는 유기농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길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농약 범벅인 수입 농산물을 먹지 않으면 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