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일 밤 10시56분 자택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치료를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심장시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한 삼성의 ‘경영자 리스크’가 ‘세월호 위기’ 국면의 대한민국호(號)에 또 다른 격랑으로 덮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건희 회장은 12일 월요일 오전 10시 현재 저체온 치료를 받고, 깊은 수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저체온 치료는 심정지(이건희 회장은 5분 정도 지속) 후 생기는 뇌·장기 손상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람을 동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저체온 치료는 통상 24시간 동안 환자의 체온을 32℃~34℃로 낮게 유지하는데, 이후 24시간 동안 서서히 체온을 올려 의식을 회복하도록 한다. 임상적으로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 저체온증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은 ‘저체온 치료’를 통해 생명을 건졌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희생자 열명 중 아홉명은 저체온증으로 죽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언론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지만, 해외 언론은 세월호 사고가 해난사고인 점을 감안, 바로 저체온 관련 기획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게 CNN의 ‘물온도와 서바이벌’ 분석 기사였다. 별도로 너댓명의 재난전문 보도팀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CNN은 사고가 나자말자 팽목항으로 달려왔고, 바로 ‘Cold Water Survival’이라는 제목으로 저체온증과 관련된 충격적이면서도 냉혹한 사실을 보도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난 맹골수도 해역의 수온은 10℃~12℃. 난방을 하지 않은 겨울방에 들어서면 오싹 춥게 느껴지는, 불기라고는 없는 속칭 ‘냉골’ 방의 온도가 보통 15℃ 전후이다. 목욕탕의 냉탕은 22℃~25℃이다. CNN은 진도 앞바다와 비슷한 10~15℃ 냉수대에서 생존 시간은 1~6시간, 그보다 낮은 4~10℃에서는 1~3시간 생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의사인 경북대 함인석 총장은 저체온증에서는 체지방이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대체로 생존시간이 2배 정도 길며, 저체온증에 걸리면 굉장한 고통을 동반한 쇼크로 죽는다고 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는 음낭이 엄청나게 아프며, 그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차릴 수 없으며, 마비가 오고 심장이 멈춰버린다고 했다.
해난사고에서 긴급 구조가 필요한 이유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도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도 매체들은 이를 간과했다. 바다에서 60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 이야기를 꺼내며 ‘희망 고문’을 했다. 60시간 생존자는 수온이 25℃를 넘는 따뜻한 지중해에서 구조된 경우다. 물온도가 26℃ 이상이면 생존시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진도 앞바다와 같은 냉수대의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매체들은 에어포켓을 거론하고, 최대 72시간 버틸 수 있다는 출처불명의 ‘마구잡이 생존 가능’ 기사를 내보냈다. 물 위로 나온 선미가 에어포켓이 아니라 배의 복원력 확보에 필수로 채워야할 평형수를 넣지 않아 공기가 들어있는 것이라는,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곳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배 안이나 바깥에서 차가운 바닷물에 빠진 승객들을 당장 몇시간 내로 구하지 못하면 바로 저체온증이 덮친다는 과학적 분석을 내보내기는 커녕, 그걸 에어포켓이라고 주장했다. 엉터리 에어포켓으로, 엉터리 골든타임으로 세월호 희생을 키운 국내 언론, 전문가 집단, 구조 담당자들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뻔히 눈 뜨고 수백명이 구조는 커녕 수장되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오열하는 유가족이나 실종자들을 보면서 이런 과학적 진실을 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감성적 성향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더 어렵다. 어렵다고 회피한 결과는 어떤가.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가라앉는 세월호를 인양하지는 않더라도 어지간히 수면까지 끌어올려서 잠수부들이 일을 하기 쉽도록 만들어주고, 시신 유실을 막았어야했다. 세월호 참사, 아픔도 희생도 후회도 너무 크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용서를 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