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는 부부들이 많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 중에서 이혼한 부부를 못 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특히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그다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자의식에서도 별로 불편함을 못 느끼고, 주위 사람들 역시 그것을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변화가 놀랍다. 필자도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을 알고 있으며, 특별히 그들이 인생에서 결정적인 실패를 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사실 이혼한 이들이 너무 많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에 비해서 2000년대 평균 이혼율이 1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1000명당 이혼 건수가 1950년대에는 0.20명이었는데, 2.72명으로 늘었다니 꽤 많다. 통계에 앞서 피부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심각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일은 정말로 그 부부밖에 모르니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혼에 이르기까지 남편, 아내 모두 할 말이 있을 것이고,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정황도 분명히 있을 터이다. 그래서 일괄적인 매도나 공감은 모두 할 말이 아니다. 이혼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드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물론 가정 폭력이나 상습적인 외도 등 결별이 낫다는 뚜렷한 징후를 보이는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고민할 것도 없다.) 하나는 정말 못 살겠으면 헤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정상참작’에 대한 공감이다. 다른 하나는 ‘거 뭐 바꿔봐야…’ 하는 염세적(?) 달관이다. 그냥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중범죄를 지었어도 ‘정상참작’은 형량을 크게 줄여준다. ‘범죄의 사정을 헤아려서 형벌을 가볍게 하는 일’이 정상참작이니, 부부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는 원의를 가졌으되, 그렇지 못하게 하는 필연적인 원인이 있다면 그 이혼은 공감을 받을 수도 있다. 도저히 같이 못사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지옥같은 결혼 생활보다는 헤어지는 것이 어쩌면 그나마 서로에 대한 잘못 시작된 애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녀의 존재는 또 다른 중대한 고려사항이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못살겠다 바꿔보자’며 배우자를 갈아타는 일에 대해서 필자는, 고민남 또는 고민녀에게 그다지 권고하는 편은 아니다. 결별의 원인이 결정적으로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확신컨대, 대부분의 경우 결별의 아픔은 공동작업일 혐의가 짙다. 상대방에 대한 진심의 배려와 자아에 대한 적당한 포기를 둘이 함께 실행하지 못할 때 이별의 아픔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다가오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는 고집스럽게 현재의 부부생활에 ‘집착’해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함께하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사람들의 부부생활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어느 누구도 부모나 형제들도, 결코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처럼 이혼이 쉽사리 남발되는 사회적 경향에 대해서 참으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가르침대로, 혼인의 서약은 결코 인간이 편의에 의해서 임의적으로 매고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남녀는 하느님 앞에서 평생 서로를 사랑하고 살겠다고 서약을 했으며, 그 서약을 통해 하느님께서 서로를 서로에게 풀지 못하게 매어주기를 스스로 청했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은 스스로 얽어맨 하느님의 끊어지지 않는 서약의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못살겠다 바꿔보자’라는 자칫 가벼워지기 쉬운 태도는 부부생활에는 쉽게 적용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직무를 태만히 하고 백성 알기를 우습게 아는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정권을 단죄할 때 필요한 구호이고 자세로서, 요즈음 필요한 구호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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