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쳐서 살거나 빌어먹더라도 도시가 낫다는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하도 가슴이 답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렇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겠냐?” “도시 사람들은 앞집 뒷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잖아. 차라리 모르는 게 마음 편하잖아.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러니 이웃들과 밥 한 그릇 나누어 먹지 않아도 되고, 누가 사기를 쳐서 먹고사는지 알 수도 없어. 안다 해도 어쩌겠어.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보라고. 맨날 하루하루 사는 게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잖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라고. 아니면 성직자나 수도자들한테 물어보라고. 도시 사람 가운데 땀 흘려 일하면서 정직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만일 있다면 바보가 아니면 성인이겠지.”
오랜만에 만난 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 이 나라, 이 땅에서, 농부로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요. 더구나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려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생명농업’(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가난한 농부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정성 들여 농사를 지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고 해서 세상이 밝아질 수 있을까요. 누구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단 말인가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즐길 수 있고, 무엇이든 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세상이 아무리 거꾸로 돌아간다 해도, 오늘도 농부들은 해보다 먼저 일어나 논밭으로 갑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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