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며 교회 전례 중 가장 거룩하게 지내는 성주간 수요일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벌써 그로부터 40여 일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국민들의 마음속에 충격과 슬픔이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지난주에 염수정 추기경님과 함께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다녀왔다. 안산시에 들어서자 길가에 수놓아진 노란 리본들이 나무에 매여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 리본이 언제부터 회상이나 그리움의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아내나 연인들이 육군 기병대에 복무하는 남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돌아올 때까지 머리나 목에 노란 리본을 묶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는 한 남자가 감옥에서 나온 후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떡갈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묶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노란색 리본이 묶여 있을까 마음을 졸였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고향에 도착했을 때 온통 노란 리본으로 뒤덮인 떡갈나무를 보게 된다. 그의 아내가 하나만 매달아 놓으면 행여 보지 못하고 지나칠까봐 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리본을 매어두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래가 어찌되었든 노란리본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애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합동분향소에 들어가자 조화 속에 놓인 수백 명의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마주했다. 사진 속 10대의 어린학생들은 하나같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사진 속의 처음 만나는 어린 학생은 마치 그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친근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자꾸 눈물이 흘렀다.
희생된 아이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 앞에 써놓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버이날 쓴 내용이었다. “00아! 이번 어버이날 선물을 준다고 약속했는데 너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구나. 이렇게 네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는데 넌 대답도 없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너무 슬픈 어버이날이다….” 부모를 잃은 사람을 ‘고아’라 하고 남편을 여읜 사람을 ‘과부’라 부른다. 그러나 자식을 잃는 사람의 고통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어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없다고 한다. 자식은 죽으면 땅 속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가장 사랑하는 자녀를 졸지에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에 있을까.
단원고 남윤철 아우구스티노 선생님의 영정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 앞에 서게 됐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분이지만 마치 어디선가 본 사람처럼 낯이 익었다. 침몰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키려고 애쓰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남 아우구스티노 선생님의 장례미사는 예수부활대축일인 4월 20일에 청주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됐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을 위해 매일 아침 6시 알람 전화를 했다. 이제는 그 시간을 남 아우구스티노를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년간 복사단으로 활동하며 사제의 꿈을 키워온 박 임마누엘의 모습도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 간다는 부푼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하느님 곁으로 먼저 가게 됐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다고 한다.
분향소를 나오면서 옆에 있는 A신부님은 “아이들이 너무 예뻐, 아이들이 너무 예뻐…”라며 말을 맺지 못하신다. 너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셨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을 당한 유가족들을 만났다. 신부님들을 보자 한 어머니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으로 그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는 많은 이들이 한마디로 인재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정황들이 많이 나타나 사회와 국가에 아쉬움을 더 한다.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안식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가족을 떠나보낸 희생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순식간에 일어난 참사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느라 정작 자신의 목숨은 희생한 이 거룩한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작년 람페두사에서 선박의 침몰로 많은 이민자들을 위한 미사 때 강론을 통해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울어주고 기도하라.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불의에 대한 타협과 우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편협함,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청하라”고 하셨다. 따라서 이번 참사가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그래서 무죄한 이들의 죽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변해야한다. 그래야 희생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그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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