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일(근로)을 한다는 핑계로 평일 저녁 미사를 참석하지 못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되어 저녁미사 시간 보다 조금 늦게 성당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앞자리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뒷자리에 앉았다. ‘베이비 붐’ 세대라 인생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반풍수 같은 삶을 전전하다 보니 일자리를 얻는 것만 해도 좋았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능력 밖의 업무에 뛰어 들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상사로 부터 무언의 압력과 체력의 한계로 물러나게 됐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원 관리, 운전, 영업 등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식물과 나무에 관한 이해로 앞으로의 인생에 더 큰 행복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그보다 당장 매일 평일 미사를 참석 할 수 있는 행복을 얻게 됐다.
영성체 시간이 돌아와 끝에 서게 됐다. 그런데 민지 엄마가 내 옆에 서서 민지를 나에게 안겨 주는 것이 아닌가. 민지도 “할배~”하면서 꿈 속에서나 이루어질 상상이 현실이 되어 왔다.
평소 젊은 부부 형제자매가 유아기 자녀들과 함께 성당 와서 같이 영성체를 모시는 것이 참 보기 좋아서 부러웠었다. 더구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손자나 손녀를 품에 안고 또는 손을 잡고 성체를 모실 때는 ‘나는 언제쯤 저런 상황이 가능할까?’ ‘내 손자, 내 손녀를 데리고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날려나?’하며 가끔 생각해 봤었다.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 할 것 같다.
주일에 민지엄마가 성당 일로 민지를 돌보지 못 할 때 나는 민지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손잡고 함께 걷기도 하고, 민지가 하고자 하는 것 모두를 함께 했다. 그 중에 최고는 엄마 찾아 가자고 하면 민지는 제일 좋아했다.
그리하여 함께한 시간들이 많았었다. 그 와중에 나는 꾀를 부려, 민지에게 ‘할배~’라고 부르도록 가르쳤다. 민지는 아들을 하나둔 가정에 입양된 아이다. 지금 엄마아빠의 노력으로 축복받은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성체를 주시는 신부님까지 가는 거리는 천상의 꽃길을 걷는 것 같았고, 민지의 머리에 신부님이 안수할 때는 민지를 통해 기쁨과 환희, 사랑의 성령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을 체험했고, 믿게됐다.
민지야!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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