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깃든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으면, 누구든지 ‘내가 이 밥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밥상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첫째, 누가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둘째, 어떤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쳤으면 몇 번 쳤는지, 농약을 치지 않았으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셋째,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건강한 농산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농부는 사람과 자연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돈을 벌려고 ‘생명농업’(친환경농업)을 시작한 농부라면, 돈을 벌려고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짜증스런 얼굴로 밥상을 차리면 모든 음식에 독이 들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기쁜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만 농산물도 약이 되는 것입니다. 오직 돈을 벌려고 농사를 짓는다면 어찌 기쁜 마음이 일어날 것이며, 얼마나 삶이 힘들고 짜증스럽겠습니까.
넷째,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사람은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애써 준 농부의 집에 자주 찾아가야 합니다. 식구들과 함께 찾아가서 함께 일을 하고 삶을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 식구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농부를 한 식구라 생각하지 않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사람의 마음’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생명이 깃든 밥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무엇을 먹고 마실 것인가.’
그것이 우리 농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찌 농촌뿐이겠습니까. 농촌이 무너지면 이 땅에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컴퓨터나 자동차를 씹어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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