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을 앞두고 편집국은 두어달을 고민에 빠졌었다. 긴 고민 끝에 ‘한국교회 쇄신’을 화두로 결정했다. 다양한 방한의 의미들이 있지만 결국 문제는 ‘복음화’였고, 교황의 용어를 빌면 ‘교회 본연의 소명에 대한 충실성의 증대’가 이 모든 것들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본연의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설문은 교회 운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낯이 익고 주위에 영향력을 지닌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즉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본 조사로,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서 미묘하지만 인상 깊은 점을 발견했다. 여론주도층 조사와 일반 신자 조사가 작지만 일관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교회가 쇄신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여론주도층은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세계와 한국교회의 쇄신 필요성에 여론주도층은 각각 97%, 98%가 동의했다. 반면 일반 신자들은 각각 92.84%, 94.78%가 동의해 3~4%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쇄신에 대한 기대의 정도는 크게 달랐다. 여론주도층은 교황 방한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을 확신한다는 응답이 불과 28%, 네 명 중 한 명에 그쳤다. 반면 일반 신자들은 43.81%가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다른 항목들이 갖는 차이에 비해 확연하게 큰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여론주도층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추정해보면 섬뜩해진다. 물론 두 가지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나는, 쇄신의 과정은 한순간의 과업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응답이라는 생각이다. 교황 방한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으로 한국교회의 쇄신 문제가 결정적으로 이뤄질 일은 아니라는 유보적 태도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교회 차원에서도 ‘프란치스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교회 쇄신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상통한다.
두 번째 추정은 비관적이다. “여태 그래왔고, 지금도 별로 의지가 없는데 교황이 온다고 해서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는가?”라는 냉소적인 태도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결국 쇄신의 문제는 한국교회 스스로의 의지의 문제이고 교황의 권고와 직접 방문은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국교회 자체가 뜻과 의지가 없기 때문에 쇄신은 불가하다는 의견이라면, 심각하다.
교회 안에서 생활하는지라 교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 중에는 “교회 안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신앙을 잃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교회 운영의 생리를 알면 알수록 보람과 열정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실망하고 좌절함으로써 기대보다는 포기가 많다는 것이다. 초보 일꾼들이 실망을 토로할 때, “원래 교회가 그래”라고 말하는 고참들에게서 쇄신의 기대가 사라진 교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교황이 와도 바뀔 것은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의 이유가 이것이라면, 정말로 문제는 심각하다.
어쩌면 교황이 와서 그 특유의 유머와 활력으로 쇄신의 의지에 불을 질러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러 번 말하건데, 쇄신은 결국 자신, 한국교회 스스로의 의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미 필요성에 대한 간절한 인식은 확인됐다. 이제는 신발끈을 동여매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맨 앞장에는 주교들과 사제들이 서 있어야 한다. 그분들이 대오의 이곳저곳, 앞과 뒤에서 우왕좌왕하면 길은 요원하다. 그런데 사실 지금은 좀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사제들의 쇄신이 더 필요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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