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께 오시지 말아 달라고 좀 해주세요.”
8월 교황 방한을 앞두고 교계 기자인 기자에게 위와 같은 농 섞인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교황님이 오시는 데 기쁘지 않을 수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푸념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교황맞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이다. 교황이 방문하는 지역 관공서나 경호담당자들은 벌써부터 교황 방문에 따른 업무나 안전 등의 대비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일이 너무 많고, 반대로 그들이 교황 방문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그 밖에 업무로 그들과 함께 일하는 이들은 일이 없단다.
갑작스러운 교황 방한 발표로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다보면 우왕좌왕하는 일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진척이 없거나 흐름이 매끄럽지 않는 일도 있을 수 있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부족함이 드러날 수도 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쇄신이 이뤄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이런 모습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발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소집 그 자체로도 많은 논쟁거리였던 공의회는 진보파와 보수파 사이의 격렬한 갈등을 불러왔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공의회가 오히려 신자들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 요한 23세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결국 공의회는 교회 쇄신의 발판을 만들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 49) 불을 지르러 우리에게 오신 분을 생각하며 희망을 잃지 말자. 부디 교황 방한과 함께 8월의 불볕더위보다 뜨거운 불이 시원하게 타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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