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걸려있는 노란 리본들을 살펴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잘 자라 우리 아가’라 적힌 리본이 너무도 가슴 시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삼일 전례를 앞두고 일어난 비극은 부활시기를 지나 연중시기가 됐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간 교회에서는 많은 일들을 해왔다.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희생자 추모의 날을 지정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추모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염을 하고자 교대로 내려간 봉사자들도 있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전해주고자 쉬는 날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수감된 재소자마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희생자 가족을 위해 내놓았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교회가 이처럼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죄 없이 죽은 어린양을 매 미사 때마다 기억하고 현재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세월호 참사를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증거라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팽목항에 적혀있던 ‘우리를 용서하지 마라’라는 말이 가슴에 사무쳐 메아리칩니다. 아이들보다 먼저 세상을 살았다는 사실이 오늘처럼 미안하고 한없이 부끄러운 적이 또 없습니다.”
광주대교구 총대리 옥현진 주교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미사 강론에서 한 이야기는 소수의 몇 명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 뿐’이라 말하는 ‘나쁜 세상’을 ‘나를 내어주는 좋은 세상’으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잘못으로 죄 없는 아이들이 희생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잊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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