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총무를 맡고 있는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에서는 본당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13년 2월 ‘여성신자들의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성들의 관심사에 대한 사회조사는 1995년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가 우리신학연구소와 함께 전국의 가톨릭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 첫 번째였다. 이 조사에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사제들에게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총회장 선출이나 본당 운영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성직자 중심의 교회 운영에 대해 비판적이고 본당 사목회와 전례에 여성들의 더 많은 참여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조사는 2004년 5월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에 의해 새로운 여성사목을 위한 방향을 정립한다는 취지로 성직자, 수도자, 남녀 평신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에서는 여성 지도자 양성 교육과 본당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그리고 교구 차원의 여성 사목 전담기구 설립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2013년 여성소위 설문조사는 여성들의 관심사에 대한 세 번째 의식조사였다. 세 번의 조사 설문이 동일한 것은 아니어서 여성의식의 변화추이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2013년 결과를 보면 여전히 여성들은 사제들의 변화와 사제들과의 더 나은 소통을 원하고, 신자들 사이의 친교, 다양한 문화 활동, 주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성당 프로그램 마련과 지역 사회를 위한 성당 공간의 활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의 설문 조사 내용을 정리한 박정우 신부는(여성소위 정기 세미나, 광주, 11월) 설문지 10여 개 문항 가운데 마지막 항인 ‘여성이 즐겁고 의미 있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교회에 보완을 요청하고 싶은 제도, 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주관식 질문에 대한 답변에 유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 질문에는 87명의 응답자가 105개의 의견을 건의했다. 가장 많이 나온 요청(16명)은 ‘사제의 변화와 소통’이었다.
사제의 남녀 차별적 의식 변화, 신자들과의 의사소통 노력, 권위의식과 신자 위에 군림하는 태도 변화, 철저한 강론 준비, 겸손하고 검소한 생활, 고급 스포츠와 음주, 소수 신자들과의 어울림을 지양하는 등의 사제 생활 쇄신, 영성이 깊고 존경받을 수 있는 사제 양성 등 성직자의 의식 변화와 쇄신이 가장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14명)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평생 교육, 교양 강좌 등 전통적인 신심 위주의 교육을 넘어서서 보다 확대된 프로그램과 서비스 제공이었다. 세 번째는(11명) 소극적인 여성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줄 것과 본당의 여성 단체 지원 등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요구였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8월 한국 방문을 앞두고 ‘가톨릭신문’이 한국교회의 쇄신에 관해 물은 설문조사에서도(2014년 6월 8일자), 남녀 신자 734명의 응답자 가운데 98%가 한국교회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쇄신의 1순위는 사제들이었다. 응답자 절반가량이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과제로, 3분의 1은 ‘교회 안의 세속주의’,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문제로 꼽았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이나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 문제 역시 유의해야 할 쇄신 과제로 나타났다. 요컨대 남녀를 불문하고 신자들은 성직자들의 성 평등 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4년의 여성 의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6.6%가 성직자가 성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고, 2013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3%가 여성들의 교회 활동 증진을 위해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 변화가 요구된다고 응답했다. ‘사제와 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 강화’라는 점은 그 동안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핵심 사안이다.
박정우 신부는 “본당 사제들은 본당의 여러 영역에서 봉사하며 본당 운영의 중심 역할을 하는 여성 신자들이 보다 신명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가정과 일의 병행, 자기 계발과 영성 생활에 대한 갈망, 사회복지와 상담 활동 등 다수의 여성들의 가지고 있는 어려움과 원의들이 본당 안에서 수렴되어 본당 사목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제의 의식 변화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는데, 변화 노력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깊이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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