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녁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는 의미 있는 몸짓들이 연출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지난 2008년부터 전국 각 교구를 순회하며 마련하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 행사에서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대전성모여고 학생 150여 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한창 공부에 여념이 없을 여고생들은 교회가 마련한 행사에서 그 어디서도 배우기 힘든 가치를 차곡차곡 자신들의 가슴에 쌓아가는 모습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타인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사형제도는 나와는 무관한 일인 줄 알고 지내왔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를 다녔지만 그간 별다른 교육의 세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교회 내 성인 신자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사형제도 문제와 같은 교회의 대 사회적 가르침을 담고 있는 사회교리를 낯설어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리스도인 자신들을 위한 교리임에도 “우리와는 상관없다”며 한사코 고개를 저어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교리는 가톨릭교회의 공식 교리서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지킬 교리)에서 다뤄지고 있는 중요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사회교리를 어떤 특별한 부류의 신자들을 위한 교리 정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나아가 사회교리를 어떤 불순한 가치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없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교리와 그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교리와 멀어지면 하느님과도 덩달아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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