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정부가 말하는 ‘경제논리’에 우리도 모르게 빠져들어 농촌은 무너지고 환경이 오염되어 기름 값보다 비싼 물을 돈을 주고 사 먹고 있습니다. 물 값이 기름 값보다 비싼데도 잘 팔려 나갑니다. 이 모두 우리가 조금 편하게 살자고 ‘생명창고’인 농촌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도시로 도시로 몰려나온 탓입니다.
정말이지, 우리는 여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앞’이란 것이 농촌과 도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낭떠러지인 것을 우리는 잊고 살았습니다. 사람이 제대로 살려면 가끔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앞만 보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가장 흔한 것을 가장 소중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장 흔한 게 무엇입니까? 공기, 물, 햇볕, 바람, 구름, 흙, 풀, 나무들이지요. 날마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마실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쌀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반찬은 남겨도 절대 밥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할 만큼 사람들은 밥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흘린 밥알을 쥐나 새가 먹으면 어머니가 죽는다’거나 ‘쌀을 밟으면 발이 비뚤어진다’고 가르쳤을까요.
사람은 바람과 구름과 해와 달과 거미와 지렁이와 온갖 살아 있는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올챙이, 땅강아지, 우렁이, 소금쟁이, 개구리, 나비, 여치, 무당벌레, 물방개, 사마귀, 두꺼비, 물뱀, 물고기, 벌, 잠자리, 거미, 반딧불이, 미꾸라지, 메뚜기들과 함께 사는 것이지요. 살아 있는 것들끼리 손을 잡고 마음을 모아서 오염된 우리 밥상을 살리고, 무너진 농촌을 살려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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