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이자 성 이시도로 축일이던 그날 우리 하람이가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열여드레 빨리 나와 그런지 요즘 아이들에 비해 조금은 왜소하다 싶은 2.8kg의 작은 체구. 조금은 안쓰러웠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울음을 터뜨리던 하람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안기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그쳤고, 이내 지쳤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안 울었다고 큰소리쳤지만, 그 누구보다 기다렸던 첫 아이와의 만남에 크게 감격했으리라. 첫 출산에다 자연분만이라 그런지 그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아기는 엄마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감히 하람이에게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일부러 하려고 했더라도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새 생명과의 첫 만남 그 자체가 기쁨과 감격의 순간이었으니까….
태어난 지 50일을 넘긴 요즘, 하람이는 작게 태어났던 그 가냘픈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량아가 돼 있다. 모유만 먹일 뿐인데도 어찌나 잘 크는지, 덩치가 좋은 아빠랑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가 닮은 것 같다.
하람이를 임신하고서부터 지금까지, 힘든 일도 많았고 앞으로 겪을 어려운 일들에 걱정도 크지만, 새 생명 탄생의 기쁨은 그런 어려움과 걱정들을 몇 곱절은 상쇄할 만큼 너무나도 크다. 왜 생명 탄생이 중요한지, 아직은 초보 엄마지만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으며, 창조 사업에 일부분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를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하람이를 보며 서글픈 생각에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이 아이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한 세상이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믿으며 다시 눈물을 닦았다. 비록 우리 가정에 주시는 십자가가 무거울지언정,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분명 은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람이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주신 사람’이라는 의미다. 한문으로는 강 하(河)에 감람나무 람(欖)을 써서, ‘강가의 올리브나무’로 의역할 수 있다. 강가의 올리브나무는 시편에 나오는 표현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하람이가 하느님 뜻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부부가 먼저 신앙을 모범적으로 살아서 잘 전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만, 산후조리 때를 제외하고는 주일미사는 절대 빠지지 않고 있다. 생명탄생에 함께 기뻐해주는 본당공동체 안에서 더 큰 힘을 얻고 있으며, 하람이에게 신앙의 중요성을 가르쳐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학교가 바로 가정·본당공동체가 아닐까 싶다.
하람이의 탄생으로 나의 신앙, 그리고 성가정의 의미를 곱씹어보며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비록 힘든 일이 더 많겠지만, 남편과 우리 하람이와 함께 하느님께 끊임없이 기도하고 그분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에 큰 축복을 내려주시리라 믿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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