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를 20여 년간 천착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언제 통일이 됩니까?”이다.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계층을 넘어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다. 통일은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안이자 한민족 모두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언제 통일하고 싶습니까?”라고 되 묻는다. 통일은 그저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분단체제를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통일은 객관적 미래가 아니고 주관적인 의지의 선택이다. 통일은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산물인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통일의 비용과 혜택 중 어느 것이 더 큽니까?”이다. 이 역시 우문(愚問)이다. 통일비용은 남북한의 통합과정에서 일정시간 발생하는 한시적인 비용인 반면 통일의 혜택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자손만대에 이르기까지 무한정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일비용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언제인가는 소멸하며, 남북한의 통합으로 인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혜택들에 비할 수 없다.
통일에 대한 이 두 질문은 우리가 점차 분단체제에 익숙해져가고 있으며 통일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경제성장의 가속화에 따라 사람들은 한국 민족주의의 특수성 보다 세계경제의 흐름에 점차 민감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보다 뉴욕증시의 폭락을 더 걱정하는 세태가 되어 가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분단체제는 정상적인 한민족 공동체의 삶에 대한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 많은 비정상성들이 우리의 익숙한 일상세계를 이루고 있다. 남북한 200만 명에 육박하는 젊은이들이 짧게는 2년 여에서 길게는 10년에 이르기까지 형제들간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현실이다. 명색이 대륙국가인 한반도에서 배와 비행기가 아니면 국외로 나갈 수 없다. 우리의 수출품들은 도로와 철로가 아닌 배로 수에즈운하를 건너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먼 길을 통해서만 유럽으로 갈 수 있다.
3대에 이르는 세습독재체제와 상시적인 기아의 위기, 그리고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인간안보의 위기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 역시 분단체제의 산물이다. 주민들의 안녕보다 핵과 무기에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역시 분단체제에 의지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분단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 불편함이며,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우리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의무이다. 분단체제가 아니었다면 엊그제의 가슴 아픈 GOP 총기난사 사건도 없었을 일이다. 철마는 대륙을 달려야 하고 배낭을 짊어진 우리의 젊은이들이 백두산을 거쳐 만주와 시베리아 벌판을 줄지어 횡단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한반도의 모습이다.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의지와 노력이며, 우리는 통일의 방관자가 아니라 당당한 주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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