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 FTA 연내 타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개설, 영사협정 및 비자면제확대, 그리고 미세먼지와 재난구호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한반도 핵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명시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으며, 위안부 문제 공동연구 및 협력 등 상호 공동대응 가능성도 열었다.
시 주석 방한은 한·중관계 발전을 상징한다. 우선 중국 국가주석 최초로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했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대미, 대일 수출을 넘어선지 오래고 한국은 중국의 세 번째 무역 파트너로 양국 간 인적교류는 연간 800만 명에 달한다. 중국이 한반도 분단 원인을 제공한 주역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다.
시 주석 방한 전후 한반도 주변 정세는 복잡하게 변화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편치 않은 모양새다. 미국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미국 중심 세계금융질서에 대항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일에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했다. 시 주석 방한 하루 전 하와이에서 사상 최초의 한·미·일 합참의장 합동회의가 개최되었다.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 전 행정부장의 처형 이래 북·중관계의 냉각기류가 탐지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일본 및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아베 총리의 특사 방북 이후 북·일간 납치자 문제해결과 대북지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당일 일본은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러시아는 구 소련에 대한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했으며, 북한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대러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동북아의 전통적인 국가 간 협력관계의 변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회귀정책을 천명한 미국은 중국견제를 위한 중심축으로 미일동맹체제 강화를 선택했으며, 한국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했다. 중국은 한국이 미·일동맹체제에 가세함으로써 중국을 포위하는 삼각전선의 형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시 주석의 방한 역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우회적 행보로 해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기대 모두 금물이다. 북한문제에 대해 한·중간 근본적 신뢰는 형성되어 있지 않으며, 미국에 대응해야 하는 중국에게 북한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견고한 한·미동맹체제를 유지하되 그 범위가 한반도 내를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본 우경화에 대응한 한·중공동전선의 형성은 고비용구조라는 점에서 미국과 세계의 민주세력과 연대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이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미 동맹과 대중관계 발전 모두 한국 국익에 필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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