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두 살 터울 동생과 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성당을 갔습니다. 제 발로 갔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갔던 것 같습니다. 늘 온화하고 인자했던 어머니는 성당에만 가면 돌변(?)하셨습니다. 미사가 시작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저와 동생은 찍소리도 못하고 다리도 바닥에 닿지 않는 불편한 장의자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어야만 했습니다. 대침묵도 아닌데…. 제 어린 시절 기억에 성당이라는 곳은 한마디로 말해 무조건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또 매주 주보를 스크랩하셨던 어머니는 주보에 낙서하거나, 주보로 장난치는 저희 형제를 보실 때면 아주 엄하게 야단을 치시곤 했습니다.
“성당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다. 성당은 시장처럼 시끌벅적한 곳이 아니다. 성당에는 옷을 단정하게 입고 가야 한다.” 등 더 많은 주문을 하셨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나 더 “미사 드리러 성당에 갈 때는 꼭 늦어도 2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저희 어머니뿐만 아니라 본당의 어르신 모두가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셨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전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신앙을 배우셨는지요?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습니다만, 요즘은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엔 점점 기본이 뒤틀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하셨던 모습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신앙인들의 모습도 ‘정답’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만나러 성당에 갑니다. 바쁜 일상 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었다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미사 시간만큼이라도 신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지켰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만큼이라도….
아무리 바쁘더라도 조금 일찍 성당에 가려고 노력하고, 성당에 도착해서는 맨 먼저 휴대폰 전원을 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사 중에 벨소리가 나지 않도록 꺼 주셨으면 합니다. 무음이나 진동 모드로 변경한다고 해도 눈앞에 보이는 휴대폰은 분심거리가 될 뿐입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위해 성당에서만큼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만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서로 배려했으면 하는 마음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주일날 미사를 마치고 주보가 있는 곳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제멋대로 접힌 주보나 온통 낙서로 뒤덮인 주보가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얼굴이 붉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으면 금(金)총, 중간에 앉으면 은총을 받고, 맨 뒷자리에 앉으면 물총을 맞는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혜로운 ‘은총’도 좋지만, 앞자리부터 앉아서 ‘금(金)총 받는 우리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인데 물총을 맞아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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