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당시 한국 사회의 남성가구주 비율은 88.2%로 알려진다. 그 수치가 반영해 주듯, 당시 대다수 가정에서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분명하게 자리잡았다. 필자도 경험했듯 그야말로 아버지는 ‘하늘’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내조하면서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아버지가 형제 중 ‘맏이’라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사는 것도 당연시 됐다.
4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여성가구주다. 총 1845만8000가구 중 514만7000가구다. 전체의 27.9%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가구주가 혼인 상태(유배우 가구)인 1178만 가구 중에서 절반 가까운 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대가족 체재의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사회 활동 참여 증가 등 여러 변화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그 현격한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사회 모습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치관과 의식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결혼 및 가족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정도가, 결혼 하지 않고도 남녀가 ‘동거’하는 문화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국의 20~56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46.1%가 동거에 찬성했고 20대와 30대에서는 각각 53.1%, 59.2%가 동거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선택’의 문제로 여긴 사람도 35.5%였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은 25.6%에 불과했다. 또 부부 보다 부모-자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견해에는 67.7%가 반대했다.
이런 현상들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가족규모 축소, 단순한 세대 구성, 1인 가구 증가 등의 변화를 계속해서 가져올 것을 예상케 한다. 그렇게 볼 때 사회 안에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교회 역시 다양한 가족 유형 및 윤리적 가치관 변화에 따른 사목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지난달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가정 사목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 ‘혼인 전 젊은이들의 의식조사 결과’ 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인교리를 수강하는 조사 대상자 2270여 명 가운데 ‘혼전 임신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5%였고, 동거 중이라는 대답도 8.9%였다. 90.2%는 혼인할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진바 있다고 했다. 교회 젊은이들의 윤리의식과 가치관이 일반인들과 거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오는 10월5일부터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 총회의 의안집이 발표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번 회의는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된 과제로 다룬다. 눈에 띄는 것은 의안집이 특히 동거, 이혼, 미혼모, 동성결혼 문제 등 현대 가정들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사목적 도전들 및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혼인’ ‘가정’과 관련된 여러 어려움에 함께 하고자하는 교회의 노력이 엿보인다. 의안집은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안정되고 지속적인 관계의 가치를 바라며 혼인해 가정을 꾸리려는 열망을 보여준다”고 확신하면서, “그 열망이 곧 우리가 가정 사목에 진력하도록 촉구하는 ‘시대의 징표’”라고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의 징표로 사는 것이지 않을까. 한 윤리신학자는 “오늘날 성과 혼인, 가정에 대한 잘못된 사조와 가치관 안에서 신앙인들이 올바른 교회의 가르침을 살고 실천한다는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인 동시에 세상을 정화하는 십자가를 지는 역할”이라고 했다. ‘올바른 가정’의 역할 정립에 교회가 초점을 모으는 이 시점에서 크게 공감 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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