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이례적인 ‘공화국 정부성명’ 형식으로 ‘현 시기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4개항’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성명은 북한이 당국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최고 수준의 형식으로 김정은 체제 들어 최초이자 한국을 대상으로 한 것도 처음이다. 핵심은 자신들이 대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달 말에도 국방위원회 특별제안을 통해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의 중지를 요구한바 있다.
정부성명이라는 파격적 형식에 비해 내용은 평이한 편이며, 눈에 띄는 대목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응원단을 파견하는 것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이후 9년만의 일이다. 당시 현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응원단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과거 응원단을 파견한 것은 2002년, 2003년, 그리고 2005년 등 3차례로 모두 대북유화정책을 추구했던 진보성향 정권기였다. 당시 북한의 응원단은 한국사회에 ‘북한미녀’신드롬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가시돋친 대남 독설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남 강경태도를 견지해온 북한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외부로부터 재원과 물자를 유입하는데 있어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3차 핵실험과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이후 유일한 후원자인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출범이후 과도한 전시성 행사와 건설로 많은 국가 재원을 낭비했으며, 북한 경제는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은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권안보에 부담이 가는 체제개혁은 미루면서 대외개방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남관계 개선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재원과 물자를 가장 많이 제공해온 국가가 한국임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남북관계개선은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국제정치 상황에 대응해서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안보적 카드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속화와 북한주민의 인간안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교류의 확대는 그 자체로서 목표가 될 수 없으며, 통일로 가는 과정의 수단임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교류를 수단화해 북한의 협상행태를 넘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포함하는 전략적 목표의 달성에 주력해야 한다. 북한 미녀응원단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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