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말이제 성체를 한 번 모시기 위해 50리 길도 마다 않고 걸었다 아이가. 양발이 퉁퉁 붓고 물집이 잽히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데이.”
한 할머니는 일 년 넘게 교리를 외우고 외워서 시험을 쳐도 쉽사리 세례를 받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고, 또 다른 할머니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일미사 봉헌을 위해 집을 도망치듯 빠져나올 정도로 필사적이었던 시절을 기억해냈다.
기자는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마산교구의 두 공동체를 취재차 방문했는데, 오랜 공소 시절을 보내다 몇 해 전 선교본당으로 지정돼 신부님을 맞은 ‘위천 공동체’. 그리고 60여 년 공소를 유지해오다 이번에 새 성전을 봉헌하며 본당으로 승격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하청 공동체’였다.
이 두 곳의 특징은 사제의 거주 여부를 떠나 자주 성사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하고픈 신자들의 열정이 뜨겁다는 점이다. ‘이제는 신부님이 계셔서 매주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위천 공동체나 ‘빨리 신부님을 모셔서 행복한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는 하청 공동체 모두 신앙에 대한 갈망으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편 도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는 이들이 갖고 있는 열정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의 본당들과 시간대 별로 펼쳐진 미사, 원하기만 하면 찾을 수 있는 상설 고해소 등 신앙이 편리해진 요즘 우리에게 신앙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과 같아진 건 아닐까.
위천과 하청 공동체를 취재하며 이들이 신앙을 마주하는 자세가 흡사 연인을 애타게 그리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잊은 듯 보이는 ‘그리움의 신앙’.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라는 시편 42장의 표현처럼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낸 하느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이들의 모습에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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