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우리나라 역사는 사고가 일어난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들이 무성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을 훌쩍 넘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와 함께 진상도 함께 묻히는 분위기다. ‘적폐(積弊) 청산’을 통한 ‘국가 대개조’를 부르짖어온 외침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20일 넘게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아픔의 현장을 지켜보는 기자를 참담하게 하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다. 시비의 요지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사고로 숨진 이들을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특별법안 어디에도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다. 오히려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돈 문제로 가리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의 오롯한 바람은 수사권 확보를 통한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향한 대안을 마련하라는데 있을 뿐이다.
진실이 이러함에도 ‘어버이’와 ‘엄마’의 이름을 내건 일부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은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난동을 피우거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몇몇 그리스도인들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한 심경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식이어선 안 된다. 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 5)는 말씀을 오래도록 묵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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