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급성장을 논할 때 눈에 띄는 이유 중 하나는 군부 독재 치하에서 벌인 치열한 사회운동의 모범이었다. 또 하나는 국내외에 위세를 떨친 대규모 종교행사의 파급 효과이다. 특히 후자에 있어서, 두 차례에 걸친 교황 방한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인해준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있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천주교의 위상을 높이고, 교세 확대를 강화했다는 측면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두고, 모두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정도로 극렬할 교황 방한 반대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분명히 거기에는 이해관계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인터넷 신문은 사설에서 그런 심사를 두고 ‘장삿속’을 버리고 교황 방한에 울고 웃지 말라고 충고했다.
공공연한 반대는 아무래도 개신교측에서 나오는 듯 싶다. 훌륭한 개신교 신도들과 목사님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장삿속’과 편견에 사로잡힌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가톨릭교회를 이단이라고 비방하시는 분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문제도 한 번 정도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
개신교측이 교황 방한을 보는 시각은 몇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 자성의 기회로 삼자고 지혜로운 성찰을 청하고 있지만, 혹자는 천주교는 이단이고 교황을 우상화하고 있다며, 심하게는 교황을 ‘적그리스도’라며 방한을 극렬하게 반대한다.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고 실제로 거기에 호응하는 이들이 많을리도 없지만 매우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교황 방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도 있다. 교황 방한 일정이 가난한 이들과 가장 가까운 면모를 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이나 과연 한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과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제기도 보인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 표명과 함께, 교황 프란치스코는 나흘 뒤인 14일에는 한국으로 향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필자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4박5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의구심들에 명쾌한 답을 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답은 이미 자신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피력한, 앞으로 하느님 백성인 교회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하신 말씀들 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의구심을 해소하고 싶은 분들은 ‘복음의 기쁨’을 다시 한 번 정독하고, 그래도 성에 안 차면 소리 내어 한 번 더 읽어본다면 교황의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성 싶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의 유명세를 빌미로 한국에 다시 한 번 천주교회의 급성장을 기대하는 우매함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이웃 종교의 지도자들은 교황 방한으로 한국 천주교회가 급격한 교세 증가를 보이고 자기 종교의 신자들을 빼앗길까 우려할 이유도 없다. 교황은 어느 곳을 방문하더라도 그 방문을 통해 복음적인 가르침을 우리에게 일깨워 줄 것도 믿는다.
워낙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조금은 준비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교황과 교황청에서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교황 방한은 이벤트가 아니고, 마케팅은 더욱 아니며, 우리는 교황의 방문을 통해 그분의 가르침과 메시지에 주목함으로써 스스로를 변화시켜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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