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선입견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생태의 보고’라는 생각이었다. DMZ는 치열한 전쟁의 산물로 탄생했지만 역설적으로 동식물들이 스스로 생태계를 복원,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DMZ를 찾는 외국관광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다.
실제 DMZ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다소 다르다. 비무장지대를 의미하는 명칭과 달리 DMZ는 무장화되어 있다. 1953년 7월의 군사정전위원회 합의는 DMZ 내의 완전한 비무장이 아닌 자동화기 수준을 넘지 않는 소총과 권총의 무장을 허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DMZ 내에는 개인화기를 넘어선 각종 무기로 무장한 수백여 개의 경계초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북한측 초소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휴전 이후 DMZ 내 남북 양측간 소규모 총격전도 수 없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MZ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60년 이상 출입과 개발이 제한됨으로써 DMZ는 자연 생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운 어류와 조류를 제외한 DMZ 내 대형 포유류들은 남북 최대 4km의 폭을 넘어서거나, 철조망 바로 옆의 이웃과도 교류할 수 없다. DMZ 내 동물들은 지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울창한 잡목과 수풀은 군사적 필요에 의해 정기적으로 제거되어야만 한다. DMZ는 천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철저히 통제된 거대한 철제 동식물원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DMZ는 분단의 상처와 아픔이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다. 남북 양측 수십만에 달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젊은 꿈을 유보하고 핏줄끼리 총검으로 대치하고 있다. 국민들을 비탄에 잠기게 한 GP총격사건도 DMZ에서 발생했다. DMZ 인근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경제 발전의 개발이익을 향유하는데 제약을 받아왔다. 서울 도심에서 대구 가는 것 보다 철원 가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현실이다.
DMZ는 단순한 장소의 의미를 넘어 분단체제의 비정상상을 회복하는 미래 지향적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고립된 DMZ는 이제 우리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DMZ는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평화와 생태가 만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이 확보되는 창조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DMZ세계평화공원은 ‘평화’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평화, 우리안의 평화, 그리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평화문화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DMZ는 갈라진 한반도의 아픈 현실을 말해주는 현 주소이며, 분단 상처를 치유하고 신뢰와 평화의 싹이 자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DMZ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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