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내는 게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숙원사업이자 국민들의 여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7일 제1차 통일준비위원회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바야흐로 한반도는 지금 역사적 분기점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통일논의는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으면서까지 주도하고 있어 향후 임기 내내 통일화두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금 단계에서 통일을 위한 가장 의미 있는 대비 과제는 무엇일까. 어쩌면 상호 신뢰의 축적 과정, 즉 교류협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통일은 “상호간의 집합적 기억(collective memory)을 축적함으로서 남과 북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정체성 간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새로운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행과정”이면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역사적 창조작업”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민족구성원 모두의 복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민족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안정, 평화, 복지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며, 또한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 갈등을 최소화해야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결국 통일이 추구하는 목적은 분단의 고통을 극복하여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는 곧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서로간의 차이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과 역사를 창조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남북한 서로가 보다 아름다운 집합적 기억의 역사를 간직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의 접촉과 대화, 교류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남북간의 교류협력 수준은 동서독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깊이 패인데다, 분단 고통은 고령 이산가족들의 사망이 대폭 늘면서 더 악화되고 있고, 남북간의 이질성은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남북간 경제력 격차는 더 벌어져 38배나 차이가 난다. 경제력 격차는 소득격차일 뿐만 아니라 체력, 지적 능력, 정보의 격차로 이어진다.
따라서 통일을 진정 바란다면 어떤 상황 아래에서도 남북한 주민이 가능한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아가면서 통일의지를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통일대비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보다 생산적이고 실효적인 것 그리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교류협력단계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통일대박을 만들기 위해서도 남북간 교류협력을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통일이후 순조로운 통합을 하려면 평소에 각종 격차를 줄여 놓아야 한다. 복지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북한 주민의 자생력을 키워놓아야 하고, 이는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확대해야 가능하다. 앞으로의 통일 논의는 이런 과정들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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