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이 돌아왔다. 매년 맞이하는 순교자 성월이지만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례한 시복식을 통해 124위 복자를 새롭게 맞이했다는 면에서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특별하다. 103위 성인이 탄생한지 25년 만에 맞게 된 또 한번의 한국교회 경사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는 전 세계 교회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신앙 선조들의 자생적 노력과 순교자들의 선혈로 피어난 교회다. 그런 만큼 순교신심은 한국교회의 보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실천만이 남았다. 최근 주문모 신부의 시복을 축하하는 미사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총원장 황석모 신부는 “순교자들이 행한 위대한 일을 기억하는 것은 기쁨이자 십자가로써, 우리는 이 시대의 순교자가 되겠다는 고백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사회 안에서의 순교는 흔히 ‘백색 순교’라고 한다. 과거와 같은 피흘림의 순교가 아니라 피흘림 없이 하느님 사랑을 위해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황 신부가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밝힌 대로 오늘날 순교는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을 저해 하는 일상의 유혹과 세속의 도전들이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시대 ‘순교’의 실천은 일상 안에서의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극심한 물질주의와 상대주의, 이기주의 속에서 예수님께서 설파하신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 또 영원한 생명을 따르는 몫을 주저하지 않는 결단이 절실하다.
순교자 성월을 맞으며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를 비롯한 신앙선조들의 피흘림과 고귀한 신앙 유산을 조금이라도 받들고 실천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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