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공소는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대전교구 당진본당 돌마루 공소입니다. 공소 옆에 있는 산이 마치 돌로 된 ‘마루’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한 저희 공소신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한마음으로 설레기 시작 했습니다. 다름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저희 고장 ‘당진’에 오신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본당에서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그리고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 참가할 인원을 4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황을 위한 기도도 전 신자가 함께 바쳤습니다.
신자들은 행사장 입장권을 받기 위해 앞다투어 신청을 했고, 어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신청하지 않으셨다가 나중에 자기만 빠지는 것 같다며 “자기는 몸집이 작으니 아무 구석에나 끼워 달라”고 졸라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아들을 불러 해미까지 찾아가시어 장외에서 멀리서 나마 교황님을 뵙고서야 원을 푸셨습니다.
한국청년대회 첫날인 8월 14일 저녁, 당진본당에서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청년 163명의 환영식을 열었고, 홈스테이 가족들이 함께 부른 노사연의 ‘만남’은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했습니다. 163명의 청년 중에 저희 돌마루 공소는 25명의 청년을 배정받았고, 그 중 수도성소를 가진 7명의 남자 청년들은 저희 집에서 1박2일 동안 함께 지내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천사들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우리 부부는 다짐했습니다. 마침 집에 큰 방이 있어 다 함께 여장을 풀었습니다. 저녁 식사로는 오리구이와 정성들여 직접 만든 갖가지 반찬으로 대접했습니다. 7명의 청년은 무척이나 배가 고팠던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주로 술도 한 잔씩 기울였고, 이네 흥이 돋아 노래까지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남을 약속하며 자기소개와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또 이들은 성소자의 꿈을 이루고 꼭 다시금 이곳에 찾아오겠노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모두가 기도방으로 장소를 옮겨 손을 맞잡고 저녁기도와 ‘순례자 축복 기도’를 바쳤습니다. 다음날 이들을 보내면서 느꼈던 서운함과 아쉬움은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하룻밤 사이에 정이 들었구나 하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