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을 지내며 특별히 더 기억되는 인물, 바로 최양업 신부이다. 그의 삶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행위들을 통해 더욱 빛이 났다. 그는 영웅적인 순교 대신 때론 보잘 것 없이 보이기도 하는 일상의 편린들, 이를테면 인간관계 안에서의 자기 낮춤과 양보 등을 통해 매순간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냈다.
9월이면 우리 기억 속을 새삼 파고드는 또 다른 인물로 마더 테레사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인들이 그를 ‘어머니’라 부르며 사랑하고 존경한다. 노벨상을 탄 유명 인물이어서 일까. 그는 생전에 “거창할 일들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큰 사랑과 더불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작은 일들이 있을 뿐입니다”라며 아무리 작은 나눔이라도 매일 실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리지외(Lisieux)의 성녀 아기예수의 테레사는 입회 이후 단 한 번도 수도원의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선교지와 선교사들의 수호자’이자 ‘교회 박사’로 선포됐다. 무엇이 테레사를 그토록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비결은 ‘일상적 일을 비상한 사랑으로’ 수행한 ‘작은 길’에 있었다. 묵상 시간에 곁에서 작은 소리를 내며 방해하는 동료에 짜증이 날 법한 순간도, 공동 빨래터에서 더러운 물이 튀는 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수많은 복자와 성인들 그리고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은, 우리가 흔히 찾는 거창한 업적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랑으로 더욱 단단히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 안팎의 쇄신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쇄신과 변화는 내가 먼저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이룰 때, 내가 먼저 변화의 기쁨을 체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는 때론 매 순간 순간과 매일 매일이 쌓여 또 다른 역사가 세워진다는 것을 쉽게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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