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부부가 결혼한 지 반백년이 되면 금혼식을 열고, 사제와 수도자가 사제수품, 서원 50년이 되면 금경축을 봉헌한다. 긴 세월 동안 겪었을 수많은 풍파를 견뎌내고 한 길을 오롯하게 걸어간다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한 주 동안 유독 ‘50’이라는 숫자가 눈에 많이 띄었다. 금경축을 맞은 두 원로사제의 행보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 평생 후학을 양성해 온 학자 사제는 신학교를, 본당 사목자로 존경받아 온 사제는 신자들 곁을 찾았다. 지금은 은퇴한 두 사제가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장소와 시간은 달랐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감사’였다.
하느님을 향한 감사는 물론이고, 감사의 마음으로 지인들을 알뜰살뜰 챙겼다. 학자 사제는 함께 자리한 동창 사제와 교수 신부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사제는 답사 시간에 금경축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봉사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심지어 최근 발간된 회고록 제목에도 ‘감사’라는 단어를 넣었다. 이 회고록을 통해 “감사드려야 할 말 외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힌 그의 감사 인사는 소박했지만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두 사제의 감사는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마음을 몸소 보여줬다. 자신이 주인공인 금경축에서조차 겸손하고 낮은 자의 모습이였다. 까마득하게 어린 예비 사제들과 나란히 앉아 함께 점심식사를 했고, 수많은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사람 나이 50이 되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그 나이를 훨씬 넘어, 사제로서 살아온 해만 50년이 지난 노 사제들이 전하는 ‘감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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