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하나를 사느라 콜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기사님 얼굴이 영 밝지가 않다. 요즘 그렇게 뚱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싶어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시동이 걸리고 2~3분이나 지났을까. 기사님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주저주저한다. 누군가에게 속엣 말을 털어놓아야 가슴이 후련해질 것 같은데 아무 관련도 없는 손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봐 망설이는 모양이다. 슬그머니 말미를 드렸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렇게 들었던 얘기다.
“택시 영업을 하다보면 별별 일이 다 있어요. 특히 콜택시를 부르는 사람들이 더 그렇지요. 조금 전, △△아파트 손님을 태우러 갔었어요. 보통 몇 단지 앞으로 오라고 하면 그 앞으로 가서 대기하는데 두 라인 건너에 있던 젊은 여자 손님이 손가락을 까딱거려요. 자기 앞으로 오라는 거예요. 차를 돌리려면 번거롭지만 그가 두 라인을 건너오는 데는 불과 10초도 안 걸리거든요. 그래서 ‘손님이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삐딱하게 쳐들고선 이렇게 말하더군요.”
“편하자고 콜 불렀지 이럴 거면 왜 불렀겠어요? 그리고 손님이 오라고 하면 와야 하는 거 아니예요?”
콜비 천 원 더 내는 위세가 참으로 대단하다.
새벽같이 집을 나와 종일 이 사람 저 사람 비위 맞추느라 가슴팍이 새까매진 택시 기사도 우리의 이웃이다. 행여 밀려날까, 문책 당할까 굽실거리며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경비원도, 피울음 삼켜가며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마트 계산원도 다 소중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아득바득 내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조금씩만 더 그들을 배려하고 너그럽게 대한다면 우리네 사는 세상,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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