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우리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웃거나 울면 따라 웃고 울곤 한다. 마치 자신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타인의 감정을 비슷하게 느끼는 이런 감정의 전이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지아코모 리졸라티(Giacomo Rizzolatti)는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꽂아 실험하던 중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 특정 행동뉴런이 신호를 보냄을 알아냈다. 더 놀라운 것은 실험대상인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연구원이 땅콩을 집을 때에도 같은 세포에서 신호를 발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원숭이의 뇌가 사람의 머리로 옮겨온 것처럼…. 이와 같이 신경생물학적 공명현상을 일으키는 뇌세포를 리졸라티는 ‘거울뉴런’이라 이름 붙였다. 그런데 거울뉴런은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의 뇌 속에서도 같은 매커니즘으로 동작하는 사실을 2010년에 캘리포니아 신경생리학자들은 발견해냈다. 그 후 거울뉴런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운동을 조절하는 부위에서만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도 반사됨이 밝혀졌다.
이번 아시아게임 때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경기를 하는 양 손에 땀을 쥐며 마음을 졸이는가 하면,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에는 자신이 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서적 전염’은 거울뉴런이 작용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기쁠 때 뿐 아니라 타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그런 소식을 듣기만 해도 뇌는 마치 자신의 몸이 직접 고통을 겪는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감현상이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테드(TED)에서 공감을 주제로 한 강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체험을 나누었다. 어느 날 그가 퇴근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고 한다. 한참 내려가다가 계단 옆에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갑작스레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셔츠도 입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를 타넘고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골먼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멈추어 섰을 때에야 비로소 다른 6명 정도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의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쓰러진 사람이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며 돈도 없이 굶주린 채 며칠간 거리를 헤매다가 결국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즉시 모인 사람 중 누군가가 음료수와 먹을 것을 가져왔고 또 누군가는 지하철에 있는 경찰을 불러 주었다. 그 후 그 남자는 기력을 되찾아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작은 공감의 행위가 주변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밝게 하곤 한다. 골먼이 한 일은 다만 그 사람 앞에 멈추어 서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제스처를 했을뿐인데 바로 그 몸짓이 쓰러져간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행위는 주변사람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공감뉴런 곧 거울세포를 건드려 그들을 멈추어 서게 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는 행복한 친구 한 명당 나의 행복이 평균 9% 증가하며, 불행한 지인의 경우는 나의 행복을 7% 감소시킨다는 공감의 정도를 계산해 냈다. 상대가 지닌 행복이나 불행이 내게 전염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상생활 안에서 체험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상대가 내게 미소 지으면 기분이 좋고 상을 찡그리면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그 하나의 예이다. 이런 개인적 공감을 넘어 사회생활에서의 공감은 내가 속한 공동체를 살맛나게 만든다.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적자생존을 생존전략의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도록 자극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건 경쟁이 아니라 함께 가진 바를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협력함이 아니던가. 공감대를 확장해 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지닌 거울뉴런 덕분이다. 그러한 거울뉴런은 우리 안에 공감체험이 많아질수록 발달된다고 한다. 즉 우리가 서로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 나눌수록, 거울뉴런은 더욱 발달되고 그만큼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공감대는 확대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다.
순전히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부터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다. 자기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고 남에게 마음 쓸 여유가 없다면, 이 사회는 점점 더 공감이 부재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공감은 거창한데서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건네는 말과 몸짓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부드러운 미소로 공감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서부터 말이다. 그러러면 다른 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리라. 깊어져가는 이 가을에 그런 여유를 가져보지 않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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